어제는 시차적응이 되었는지 느지막히 일어나서 아침준비운동을 걸른 채 식사를 해서 운동삼아 근처 숲에 있는 내 마이다케 텃밭에 가 보았더니 내가 한국여행 중 우려했던 상황이 발생했다. 어느 어른이 내가 작년 점 찍어서 침까지 발라두었던 마이다케 밭에서 마이다케 열 송이를 홀랑 베어가고 주위를 황폐하게 만든지 오래이다. 이렇게 야생의 마이다케를 채취하는 데에도 꾼들끼리 지키는 규칙이 있다. 첫째, 아직 자라지 않았으면 절대 건드리지 않는다. 둘째, 다른 꾼들이 나중에 방문할 것을 감안해서 큰 것 몇개만 채취하고, 일부는 남겨둔다. 셋째, 주변환경을 훼손시키지 않는다. 현장을 잘 살핀 결과 , 이 어른은 첫째, 둘째 원칙을 범한 것이다. 범행의 시기를 짐작할 수 있었는데 적어도 열흘 전에 베어간 흔적이다. 내가 한국에 가 있는 것을 알고 도적이 와서 절취해 갔음이 분명하다. 사실 이 나무는 숲속에 위치해서 나처럼 광야를 헤매는 기질을 가진 사람이 아니면 발견할 수 없는 것인데 참 유능한 어른이 나 말고 또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절취사건의 현장은 이 나무 뿐이 아니다. 어제는 좌우간 좌절과 낙담의 하루였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째 한 포기도 안 남기고 다 짤라가나 말이다. 그래도 우짜노, 내년을 기약할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