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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E001329027_STD.jpg : 포트리 한담 (130) 방구뜰 이야기 -소꾸모티

 

 

210505

나의 이야기 (12) 방구뜰 이야기- 소꾸모티 1958년 이야기

 

내가 어릴 때 살던 소꾸모티는 감천내를 따라 구비구비 길가로 집이 한두 채씩 붙어있어서 냇가는 아이들의 놀이터였다. 아이들이 물놀이를 가장 많이 했던 곳은 동네에서 외따로 떨어진 방구뜰이었다. 감천내는 아랫장터쪽은 백사장이 엄청 넓어서 전국씨름대회도 열릴 정도였지만, 그게 하류로 내려갈수록 백사장이 좁아져 방구뜰 주위는 시퍼런 물이 방구뜰 밑을 급하게 흘렀다. 방구뜰은 큰 바위가 강가에 있어서 그렇게 불렀는데, 아무리 가뭄이 들어도 수심이 깊어서 아이들이 즐겨 찾는 곳이었다. 당시에만 해도 옷이나 신발이 귀해서 냇가에 옷을 벗어놓고 물에서 놀다 나오면 누가 그걸 줏어가 버리는 황당한 사태가 자주 발생했다. 그래 동네 꼬마들은 집에다 옷을 다 벗어 놓고 방구뜰까지 죽어라고 달려가곤 했다. 물론 머시매들의 이야기이다. 그걸 어른들이 보고 “어, 저놈봐라. 아이고”하고 배꼽을 잡곤 했다. 참 방구뜰과 연관된 이야기도 많은데 한 가지 내가 물을 기피하게 된 사건이 있다. 

 

그 때 내가 몇 살이었는지는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마 여섯 살이었던 것 같다. 그 해 여름에 큰물이 나서 직지내도, 감천내도 온통 흙탕물이 도도하게 흘러 민가까지 올라올 정도였다. 그 때 동무 한 녀석과 방구뜰 구경을 갔다. 동무 이름이 무엇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제 갑자기 정태구란 이름이 떠 오르는걸 보면 그게 태구였을 가능성이 크다. 방구뜰 주위에는 인가도 없고, 홍수 때라 아무도 없었는데 꼬마 둘이가 허파에 바람이 들어 가 방구뜰에 도도히 흐르는 물 구경을 간 것이다. 그래 두 녀석이 방구 위에서 밑을 보면서 내기를 했는데 그게 가관이었다. 동무 녀석이 먼저 내 자존심을 건드리는 발언을 했다. 

 

“야, 진태야 너 저 밑에 물속으로 뛰어 내릴 자신있노?”   

 

순진하고 자존심만 살았던 바보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럼, 그 정도도 못할 줄 아냐? 니는 하겠노?”  

 

그 녀석이 한다는 소리가, “야, 니가 하마 나도 할끼다. 니 먼지 들어가 본나. 그럼 나도 따라서 들어갈끼다.” 

 

그 말 듣고 제가 어떻게 했을까요? 풍덩 뛰어 들었는데, 아 이게 끝 없이 밑으로 내려 가는거에요. 바닥에 발이 닿기 무섭게 차고 올라 왔다가 또 내려 가고 그렇게 세 번 한 것까지 기억합니다. 그 짧은 와중에 머리 속에 필름이 돌아가는데 그 짧은 인생이 다 떠 올랐어요. 우리 앞집 가게 남숙이 할배에게 못 쓰는 돈을 갖다가 사탕을 사 먹은 사건도 떠 오르대요. 그 할배는 눈이 어두우셔서 굵은 돋보기 안경을 끼셨는데, 제가 반만 남은 돈 두 장을 합해서 밥풀로 붙여서 들고 가면 사탕을 주시곤 하셨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동무 녀석은 내가 꼬로록 하다가 안 보이니까 겁이 나서 도망 갔다고 해요. 

 

“참 의리 없는 놈, 아니 지도 들어가겠다고 한 놈이 지만 도망가면 우짜라꼬. 그 말을 고지 곶대로 믿고 뛰어 들어간 님이 빙신이지.”(내 생각)  

 

그렇게 익사상태로 떠 내려가다가 휘어진 나뭇가지에 걸린 것을 막내 삼촌이 건졌다고 해요. 폭우가 쏟아 지는데 애가 너무 오래 보이지 않아 불안해진 어른들이 울 형님, 삼촌 다 동원해서 내를 따라가며 수색을 했다고 해요. 송장이라도 건지겠다고 간거지요. 건져 놓으니 살아 나긴 했는데, 근 사흘을 정신을 못 차렸다고 하더군요. 그 사건 이후 3년간 귀에서 물이 났어요. 사실 지금도 제 왼쪽 귀는 상태가 좋지 않아요. 중이염으로 고생도 여러 번 했구요. 

 

저는 보기보다는 도전정신이 강해서 무엇이든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하면 일부러 그걸 해내는 반골정신이 있어요. 그런데, 아직도 한 가지는 극복하지 못했어요. 바로 물을 무서워하는 공수증이에요. 제 기억에 어릴 때 분명히 물에서 헤엄치고 놀았던 것 같은데, 저는 아직도 헤엄을 배우지 못했어요. 그래서 저는 시간이 나면 산으로 가지, 바다로는 잘 안 갑니다.   

 

* 방구는 바위를 가리키는 김천 사투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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