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미면 찾아가는 해리만 스테이트 팤이 오늘따라 차를 대기가 어려울 정도로 붐비였다. 콜럼버스데이라 아이들이 등교를 않기 때문에 가족산행을 온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었다. 마침 출석한 산우회원들이 산행에 능숙한 사람들인지라 사람들이 붐비는 레드트레일로 가지 않고 그 중 험난한 블랙트레일을 택해서 올라갔다.
레드트레일은 개울을 끼고 가는 길로 여름에도 그늘아래로 가기 때문에 시원하고 편안하지만, 블랙트레일은 급경사 고개만 해도 6개이상을 오르내려야 ?뿐 아니라 산 능성을 타고 가기 때문에 햇볕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진땀깨나 빼야 되는 코스이다. 그러나 힘들기는 하지만 일단 능선에 오르면 좌우사방이 탁 트여서 경치를 완상하기에는 그만이다.
지난 겨울산행에 가족들과 자주 애용했던 코스이기도 하다. 백설이 온 산을 뒤덮은 가운데 군데 군데 드러난 바위들이 풍기는 멋이 어찌 좋은지 내가 “하나님의 동산”이라고 명명했던 코스이다. 블루베리를 따서 갈증을 덜었던 것이 불과 수주전인 것 같은데 온 산이 붉은 물감으로 칠한 한 폭의 서양화같았다. 오랜만에 산행에 참가한 아들과 만산홍록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니 이 또한 기쁨이었다. 대학을 졸업한지 2년이 지난 아들과 함께 산행할 기회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더 소중한 시간인 것이다.
험한 고개 하나를 막 올랐을 때였다. 바로 뒤에 백인 할머니 한 분이 트레일에 있는 막대기나 바위를 잘 정돈하시면서 오시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적어도 60은 족히 되신 분인데 아직도 정정한 모습이다. 바위가 불안한 형세로 있으면 밑에서 오르는 사람에게 굴러가서 사고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미리 치우면서 오르고 계셨다. 인사를 하고 잘 살펴보니 안면이 있는 할머니로서 자원봉사자였다. 고개를 오르고 나서 한숨을 돌리려니까 우리를 지나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배낭에 휴대해 온 큰 가위를 꺼내서 트레일을 침범한 나무가지들을 하나 하나 제거하고 있었다. 어느 트레일이나 트레일 가에 있는 나무가 너무 가지를 벌려서 트레일을 침범하면 등산객이 통과하기가 어렵고 때로운 트레일을 잃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 가지치기를 하고 있었다. 그냥 지나가기만 하는데도 서너 시간은 족히 걸리는 트레일을 노인네가 가위질까지 하면서 작업을 하니 그 수고가 얼마나 클까? 그것도 사람들이 별로 다니지 않은 한가한 트레일임에랴.
바로 이런 봉사자 때문에 우리같은 산행객들이 안전하게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이 할머니의 작업하시던 모습은 산행 내내 잔잔한 감명으로 함께 했다. 추한 욕망따라 헤매다가 지나가는 길목마다 더러운 것만 남기는 인생도 많은데 이 분은 뒤에 오는 세대를 위해 남이 보아주지 않는데도 묵묵히 길을 닦고 계신 것이다. 나도 우리 후손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개선된 길을 닦고 지나가고 싶다.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