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43) 하나님의 뜻은? -2003년 ATS 교수시절
얼라이언스 신대원에 부임한 후 첫번 째 교직원수양회를 캣츠킬의 헌터스필드 수양관에서 가졌을 때의 일이었다. 당시만 해도 얼라이언스 신대원은 학장이 공석인 상황이어서 학장 후보들을 수시로 면접하던 때였다. 마침 수양회 기간중에 나이약 대학의 선교학부 주임교수이던 피스 박사가 얼라이언스 학장 후보감으로 총장에 의해 추천되어 교직원들과 면담하는 시간을 가졌다. 일본선교사로 24년을 보내셨던 피스 박사는 금년 나이 67 세로 교단총재와 얼라이언스 신대원 총장으로 계시다가 정년 퇴임한 램보 총재와 나이약 대학 동기이고 슈로더 총장보다는 연배로 보나 경륜으로 보나 한참 위인 교단과 학교의 얼굴 같은 인물이다.
교직원들과의 면담에서 한 교수님이 그 나이와 경륜을 가진 분이 왜 이렇게 골치 아픈 신대원 학장직을 맡으려고 하시느냐고 물었다. 피스 박사는 이 말에 이렇게 대답했다. "두 가지 이유에서입니다. 첫째는, 제가 비록 나이는 들었지만 하나님이 건강을 허락하셔서 아직도 얼마든지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요. 둘째는, 하나님이 제게 허락하신 직속상관인 슈로더 총장이 원하는 일이 곧 하나님이 제게 원하시는 것임을 믿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두 번째 이유가 내 마음에 엄청난 감명을 주었을 뿐 아니라, 동석한 모든 교수님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피스 박사는 얼라이언스 신대원의 학장이 되셨다.
우리는 왕왕 하나님의 뜻을 찾는다면서 제 고집이나 욕망을 성령의 음성이란 핑게로 따름으로써 정작 하나님이 허락하신 영적권위에 불순종하는 우를 범한다. 학교에서 10년간 일하면서 또한 All For Jesus를 번역하면서 항상 느낀 부분이 있다. 바로 우리 교단 사람들은 하나님이 허락하신 권위에 순종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미덕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어쩌다가 이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는 사람은 사람으로 취급 받지 않을 뿐 아니라 이런 사람은 다른 학교에서도 절대 받아주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이는 지극히 성경적일 뿐 아니라 우리 한국인의 정서와도 부합하는 일이다. 지난 연장교육 때 앤디 박 박사가 보여준 슬라이드에도 있었다. "이민 1세들에게는 그래도 의리라는 것이 있다." 신의 한 가지 빼면 남자에게 무엇이 남겠는가? 그래서 내게 제일 듣기 싫은 소리가 교단 떠나겠다고 왕왕대는 소리이다. 내 원칙은 쫓겨날 수는 있어도 내 멋대로 하나님이 주신 권위를 내가 버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사실 나는 전도사 시절 쫓겨난 경력이 있다. 그러나 덕을 세우기 위해 사임하는 방법으로 평신도 시절부터 오랫동안 섬기던 교회를 떠났다. 지금도 그 교회에서 함께 섬겼던 성도들은 내가 어떻게 해서 교회를 떠났는지 사연을 모른다. 비록 세상의 정상배들이 제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하지만 우리 믿는 자들만이라도 의리있는 사내들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