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추수감사절이다. 어떻게 하다 보니 온 가족이 모이는 감사절 모임을 이젠 딸네 집에서 갖게 되었다. 그런데 즐거운 추수감사절을 앞둔 날씨는 영 잼병이다. 엊그제까지 쉬엄쉬엄 내린 가을비로 하늘이 온통 우중충하고 바람은 어찌 그리 불어 대는지 앞마당, 뒷마당에 쌓인 낙엽이 이 집 저 집 마당으로 옮겨 다닌다.
아들 여자친구도 온다니 낙엽을 긁기로 작정하고 엉성한 낙엽긁개와 빈 쓰레기통을 들고 뒷마당 낙엽부터 긁기 시작했다. 이 집 뒤는 숲이라 나무가 꽉 우거져 있지만 그래도 담이 쳐져 있어 낙엽이 일부만 들어 온다. 오랜만에 이런 일을 해서 그러한지 낙엽을 담은 쓰레기통을 운반하는 작업을 여러 번 했더니 허리도 뻐근하고 “야 이거 만만찮은 걸” 하는 생각이 든다.
뒷마당을 어지간히 마무리할 때다. 아내가 문을 삐꿈히 열고서 한 마디 한다. “여보, 앞집 아저씨가 잔디 깎을 때 우리 것까지 항상 깎아주셨으니 그 집 앞마당 낙엽도 치워 주세요.” 꼭 내가 한참 힘들게 무얼 할 때 이런 식으로 도움 (?)을 주는데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왜냐 하면 나는 이미 그렇게 하기로 마음에 작정을 했었기 때문이다.
김이 새긴 했지만 이왕 하기로 작정한 것 앞집 앞마당 낙엽부터 긁는데 야 이거 장난이 아니다. 낙엽이 많이 쌓였을 뿐 아니라 앞집 마당은 우리 마당보다 2배는 넓어 더 힘들다. 거기에다 낙엽이 비에 젖어 있는 상태라 긁기도 힘들고 어찌나 무거운지 운반하는 작업이 보통 힘든 것이 아니다. 거기에다 한참 긁어서 한 곳에 모으면 바람이 사방으로 불어서 낙엽을 흩어 놓는다. 그런대로 두 집 마당을 다 긁고 나니까 그새 손에 물집이 잡히다 못해 껍질이 벗겨졌다. 대강 정리가 된 듯했는데 앞마당 나무에서 또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고 미쳐 낙엽을 치우지 않은 다른 집 낙엽까지 우리 집 마당으로 날려 온다. 언뜻 마음에 떠 오른 생각은 “우리 집 마당을 치워도 다른 집이 안 치우면 또 날라오는데 그래도 나는 치워야 하는가”였다. “남들도 다 하는데 나도 하지, 남들도 안 하는데 내가 왜 해” 흔히 듣는 두 가지 핑게말이다. 스피노자의 말이 생각난다. “나는 내일 세상의 종말이 오더라도 오늘 한 그루의 나무를 심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