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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을 밟으며



화려했던 가을의 채색옷도 

기억의 장롱 안에 개켜둘 즈음 

11월 중순이래도 

오늘처럼 

극세사 모시자락 펼치듯 

투명히 여과된 햇살 

그 사이로 걸으면 

마음 끝에 지긋이 밟히우는 노래

지난 날 내 사념의 뜨락에 심기운 나무 

그 가지마다 무성하던 

마침표없는 생각들 

붙들기 전에 놓쳐버린 

어긋난 악수처럼 

비인 손바닥되어 

편편이 공중낙하를 시도한다. 

못다 떨군 잎들일랑 

가지와 함께 

시리도록 퍼런 하늘 쓸게 놔둔다쳐도 

초침이 썰어낸 시간의 자투리 

낙엽되어 수북이 땅에 덥이고 

저녁 찬거리 마련하러 

장터로 가는 발걸음에 

마른 잎 부서지는 소리

가을을 보내는 길목에서 

따라오며 부르는 

한 소절의 짧은 노래



유명자  11.1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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