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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4 22일자 한국일보 미주판 종교인 칼럼에 게재되었던 기사를 윤문했습니다.

2005 3 25
나의 이야기 (44) BMW를 모는 사연

지난 주 목요일에 일어난 일이다. 퇴근 길에 차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더니 9W 고속도로 중간에서 차가 서 버렸다. 배는 고프지요. 날은 점점 추워오는데 그 날 따라 코트도 안 입었지요. 주위에는 등불 하나 없는 캄캄한 고속도로 선상이지요. 밧데리는 나가서 카드번호도 읽기가 어렵지요. 처량한 기분으로 차 안에 앉아 있으니 옛날 부르던 노래가 생각이 났다.

 

해는 져서 어두운데 찾아오는 사람없어 ….”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 날 구멍은 있다고 주머니를 뒤지니 트리플 에이 카드가 있다. 트리플 에이에서 어찌나 끈질기게 가입을 촉구하던지 그 상혼에 감탄해서 1달 전에 가입했는데 이렇게 절묘하게 사용할 줄이야! 작년에 딸네가 사 준 핸드폰으로 연락을 취했더니 1시간 만에 견인차가 왔다. 아는 정비소에 차를 두고 김 집사의 차를 타고 귀가하니 저녁이 늦어도 한참 늦었다.

다음 날 부흥집회 인도 차 시카고에 가야 하는데 이런 어려움을 겪게 할 것은 또 무어람.”

 

불평이 나올 법도 한데 이상하게도 내 마음은 평온했다. 사실은 차만 망가진 것이 아니었다. 시카고 집회 3주전부터 갑자기 혀에 염증이 생겨 아물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거기에다 집회를 주관하신 장로님의 연락에 의하면 최근 교회가 상당히 어려운 데다 집회를 앞두고 두 건의 장례를 치르느라 정신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왜 이런 일들이 하필이면 집회를 앞두고 동시다발적으로 터질까. 의아할 법도 하지만 나는 체험으로 이러한 상황이 축복의 전주곡인 것을 안다. 중요한 일을 앞 두고 나를 겸비하게 하시려고 연단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이란 사실이다.

예상대로 하나님은 집회를 통해 엄청난 축복과 은혜를 부어 주셨다. 당초 우려와는 달리 집회는 성황을 이루었고 성도들이 모두 마음을 모아 새로운 비전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 축복은 이에서 그치지 않았다. 죽은 차 대신 BMW를 갖게 하신 것이다. 원래 내 차는 94년형 Saab으로 딸네가 타다가 주고 간 것인데, 몰골도 험하고 매달 수리비를 적잖게 잡아 먹던 차였다. 시카고에서 돌아와서 정비소에 가니 내 차가 수리를 할 만한 가치가 없으니 포기하라고 했다. 무슨 차를 살 것인가 궁리하고 있는데 정비소 주인이 엉뚱한 얘기를 했다.

 

어차피 차를 사셔야 하면 독일제 BMW 한번 몰아 보실 생각이 없나요?

 

마침 아는 사람이 독일제 BMW를 리스했다가 15개월을 앞두고 차를 더 탈 수가 없게 되어 차를 반환하려니 남은 기간 리스까지 몽땅 지불해야 한다고 해서 고민 중인데, 원한다면 그 차를 내가 인수하도록 알선해 보겠다는 것이다. 다운도 필요없고 매월 4백불만 지불하면 될 뿐 아니라 차량보수까지 이미 리스에 다 포함되어서 부담도 없다고 했다. 일사천리로 거래가 성립되어서 얼떨결에 BMW를 모는 겁 없는 목사가 되었다. 재미 있는 것은 얼마 전 아내가 농담조로 이렇게 얘기했던 것이다.

 

"우리 집 다음 차는 BMW로 했으면 좋겠다."

 

아내의 기도빨 덕분인지 어찌됬던 아내의 말이 현실이 되었다시승하겠다는 동료 목사 때문에 벌써 기름 값을 꽤 들였지만 몰아 보니 역시 이름 값을 하는 차이다.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 ( 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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