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미국에 와서 배운 것 중 가장 소중한 세 마디 영어를 말하라면 나는 단번에 대답할 수 있다. 첫째는, “용서해 주세요” (I am sorry) 이고, 둘째는 “감사합니다” (Thank you) 이고, 셋째는 “도와 드릴 일 없으세요” (May I help you)이다. 세 마디 말 모두 인간관계를 세워주고 사회를 기름지게 만드는 금언들이다. 특히 “용서해 주세요”라는 사과의 말 한 마디는 순간적인 실수로 험악해졌던 인간관계를 회복시키는 특효약이다. 우리 속담에도 있지 아니한가.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 그런데 우리 한국의 체면문화는 우리로 하여금 이 좋은 특효약을 사용 못하게 억눌러서 환부가 썩어문드러지록 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경향은 친밀한 관계일 수록 더욱 심하다. “남자가 좀 화를 냈기로소니 어떻게 여자에게 사과해. 난 죽어도 못해. 자기는 항상 옳기만 했나?” 성인이 될 때까지 한국문화 특히 경상도문화에 젖어 살았던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딸아이가 12살 때의 일이다. 학교에 다녀온 아이에게 내가 말로 실수를 했던 모양이다. 이 녀석이 내게 바짝 다가와서 한다는 말이 나를 황당하게 만들었다. “아빠, 나한테 아까 무례한 말했지. 당장 내게 용서해달라고 해.” 아이가 2살때 미국에 왔으니 미국문화에 젖을 수 밖에 없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너무한다는 생각이 머리를 때렸다. “어이거, 이걸 그냥 한 대 꿀밤을 줘”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내가 실수했던 것은 사실이라는 생각이 나를 지배했다. 그래 “까짓거 말 한마디 한다고 손해 볼 것도 아니잖나”는 생각에 눈 질끈 감고 아이에게 말했다. “내가 잘못했다. 용서해 다오.” 이 한 마디가 아이를 얼마나 행복하게 만들었는지 아시는가? 이 녀석 어찌나 기뻐하며 아빠를 따르기 시작하는지 딸 가진 재미가 절로 나게 만드는 것이다. 사실 이 때부터 아이는 나를 용기있는 아버지로 존경하기 시작했다. 자녀들에게 실수한 것이 있는 부모들에게 권하는 명약이다. 한번 사용하여 보시라. 여러분의 가정이 화목하게 꽃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