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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4) “아이를 죽이는 말”

2021년 4월 20일 

 

 

나의 부모님은 참 법 없이도 사실 정도로 선하고 성실하셨지만, 어려운 세월을 사시느라 어떻게 아이를 훈육해야 할지 깊게 생각할 여유가 없는 삶을 사셨다. 이는 사실 당시를 사신 많은 어른들에게 공통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두 가지 부모님 때문에 상처 입었던 경험을 나누고 싶다. 옛날에는 산아제한이란 개념이 없어서 울 엄마도 참 많은 자녀를 그냥 생산하셨다. 그 가운데 살아 남은 자녀는 누나, 형님, 나, 그리고 여동생 둘 총 5남매였다. 누나는 나보다 10살 위이고, 형님은 7살 위이다. 중간에 나서 얼마 살지 못하고 죽은 형제도 많아 형제간 터울이 그렇게 길다. 그 중 나보다 2년 먼저 태어 났던 형의 이름이 우태였는데, 부모님의 입술에 가장 많이 회자된 것이 바로 이 우태 형이었다. 그 때문에, 나는 어릴 때부터 생김새도 봐줄 만하고 학교에서도 항상 모범생이라 주위 어른들의 칭찬을 많이 받았지만 정작 집안에서는 대접을 받지 못했다. 아빠는 남들이 칭찬할 때마다 내게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다.

 

 

 

“야, 너는 죽은 네 형 우태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걔가 살아 있었으면 너는 비교도 할 수 없었을끼다. 걔가 얼마나 잘 생기고 똑똑했는데.”

 

 

 

구관이 명관이란 말이 따로 있는게 아니다. 원래 잃어버린 자식이 더 귀하게 보이는 법이었지만, 사실 그런 말을 하지 않으셔야 했다. 어린 아이에게는 어른의 말을 가려서 들을 수 있는 지혜가 없기 때문에 무슨 말이든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 

 

 

 

또 한 가지는 엄마와 관련된 일이다. 나는 형이나 누나와는 생김새가 완전히 다르게 생겼다. 한국인 치곤 눈이 깊고 코가 높아 다른 아이들과 확실히 구분되는 용모를 타고 났다. 그 때는 6.25 직후라 근처에 미군부대가 있어서 미군 트럭이 자주 동네 앞을 통과했다. 그 때마다 아이들이 우루루 트럭을 따라가며 “초콜렛, 껌”하고 고함을 지르면 미군들이 낄낄거리며 초코렛과 껌을 집어 던지곤 했다. 그런데, 그 때마다 나를 팔팔 뛰게 하는 소리를 듣곤 했다. 

 

 

 

“진태야, 저기 너 아부지 간다.” 아이들이 나를 보고 했던 말이다.

 

 

 

이 말을 때마다 얼마나 약이 오르고 서러웠던지 앙앙 울면서 고함을 치면, 짖궂은 동네 어른들은 그러는 나를 보고 “양놈”이라고 약을 올려서 불난 집에 부채질까지 했다. 내 용모가 다른 아이들과는 비교가 안 되게 뛰어 났기 때문에 아이들이 샘이 나서 나를 그렇게 불렀던 것인데, 내가 그걸 알 턱이 있나? 악의 없는 장난이었지만 그걸 그대로 받아 들인 내게는 참 잔인한 행위였다. 속에서 울화가 치미는데 가만히 생각하니 나는 정말 줏어 온 애인 것 같았다. 손위에 7살이나 많은 형이 있다 보니 옷도 형이 입다 버린 넝마 같은 옷을 기워서 내게 입혔고, 밥상의 맛있는 것도 다 아빠와 형 차지였다. 학교에 다녀도 교과서도 사 주시지 않고 공책도 사 주시지 않아 항상 남숙이 책을 함께 보고 공부했고, 공책과 연필도 형이 쓰다 버린 것을 사용했다. 이는 사실 부모님이 학교에 다니신 적이 없어서 무엇이 필요한지 감을 잡지 못했던 소치이기도 하지만, 어린 내 마음에 그게 이해가 갈 리가 없었다. 그래서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나 어서 줏어 왔어. 솔직히 말해.”

 

 

 

그럼 엄마가 이렇게 대답하시곤 했다.

 

 

 

“어서 줍긴 어서 주워. 다리 밑에서 줏어왔지.”

 

 

 

이 말이 어린 내 마음에 화인처럼 새겨져서 떠나지를 않은 세월이 참 오래였다. 내가 봐도 나는 우리 집안에 아무와도 닮지 않았기에 나는 정말 양놈인 줄 알았다. 사실 한국말로 다리에는 두 가지 다른 의미가 있어서 그렇게 얘기한 것인데, 아이 생각은 그렇지 않은 것을 어른들은 감안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이의 마음에 다리하면 떠오르는 것은 직지내를 건너는 다리 밖에 없었다. 그 때는 미군들이 직지내를 건너기 위해 작은 시멘트 다리를 놓은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다. 징검다리로 건너던 직지내에 다리가 생기니 다리 아래는  우리 꼬마들의 차지가 되었다. 여름에는 다리 밑이 시원해서 남의 참외밭, 수박밭에서 써리해온 참외와 수박을 꼬마들이 함께 까 먹곤 했다. 그래서, 엄마 말을 듣자마자 나는 감을 잡았다.

 

 

 

“아, 누가 미군아이를 낳아서 그 다리밑에 버린 것을 엄마가 줏어왔구나.” 

 

 

 

이것이 얼마나 내 마음에 상처로 역사했는지 모른다. 내 출생에 관한 수수께끼가 완전히 풀린 것은 그러고도 60여년이 지난 후의 일이다. 한국에 선교여행길에 들렀던 때라, 잠시 김천을 방문해서 형님 댁에서 함께 저녁식사를 하는데 형수님이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되련님, 지가 깜짝 놀랐어예. 얼마 전 돌아가신 어무이 친가에 경사가 있어 갔는데예. 아 거기에 되련님이 계신 걸 보았어예. 그래 '아 미국 계신 되련님이 우째 거기 계신 가' 했더니, 그게 되련님 외사촌형이었어예. 어찌나, 똑 같은지 지는 되련님인 줄 알았어예." 

 

 

 

내 용모는 바로 울 엄마쪽으로부터 받았던 것을 몰랐던 것이다. 울 엄마는 17살에 시집온 후 한 번도 친정에 가시지 못했기 때문에 나는 그 쪽에 대해서는 무지했다.  

 

 

 

어른들이여, 자녀가 어릴 때에 그들에게 무슨 말을 할지 주의하도록 하시라! 그 말이 아이를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음을 기억하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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