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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 수염 간수하시기가 어렵지요. 내게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한번 시도해 보세요.” “아이구, 거 무슨 쓸데없는 얘기 하시려고 그러우. 내 한 두 번 속아본 줄 아남. 이젠 안 속아요.” “아닙니다. 김목사님 수염은 콧수염과 턱수염이 모두 한 뭉치로 되어 있어 보기에 답답한데 그걸 좀 구분을 지어서 다듬으시면 시원하게 보일 겁니다.” 좌우간 자기 일 아니라고 훈수는 쉽게들 한다.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고 일축했는데 아내가 집에 와서까지 나를 못살게 조른다.  “여보, 그 센스 있는 목사님이 말하시면 좀 들으세요. 하시기 어려우면 내가 해 줄게요.” 저녁식사를 기분 좋게 마치고 쉬는데 아내가 옆에서 던진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뻣뻣한 한국사람 수염을 그렇게 다듬어서 될 일이 아닌 것 같기는 한데, 마음 속에서 한번 속아봐 하는 생각이 든다. 그 말을 들은 후라 그러한지 거울을 들여다 보니 과거에는 멋지게만 보이던 내 수염이 더부룩해 보인다.  

그래서 취침 전에 화장실 거울 앞에서 콧수염과 턱수염 사이 털을 밀어 보았다. 아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거울 속을 보니 왠 괴물이 나를 꼬나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뿔사, 이미 손을 대었으니 콧수염을 좀 단정하게 다듬으면 어떻게 되겠지 하고 콧수염을 다듬는데 손을 대면 댈수록 더 꼴불견이다. 아이구 모르겠다. 콧수염은 버렸으니 다 밀어 버리고 턱수염만 남기면 어떨까. 콧수염을 밀고 나니 야 이건 정말 동물원의 원숭이처럼 보인다. 그래 급기야는 턱수염까지 밀어 버렸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더니 수염 약간 다듬으려다 다 밀어 버린 것이다.  

수염관리 한번도 안해 본 임목사와 아내의 말에 속아서 알면서도 이런 짓을 저지른 내 어리석음을 탓할 수 밖에 없다. “사람이 한번 뜻을 정했으니 끝까지 버텨야지, 센스가 있기는 뭐가 있다고.” 속으로 투덜거린 말이다. 그러나 수염이 없는 게 다 나쁜 것은 아니다. 그 중 하나는 새로운 자유이다.  과거에는 내 모습이 워낙 두드러져서 어디 가나 조심스러웠는데 이젠 사람들이 내가 누군지 몰라 보니까 자유로운 것이다. 또 덤으로 학생들이나 교인들 모두 이십 년은 젊어졌다고 이구동성으로 아부성 발언을 하니 그 또한 덕스럽다. 착각도 자유지만 30년 전 결혼식 때 사진과 내 지금 얼굴을 비교하니 별로 안 변한 것 같다.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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