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의 요건 (2) 준비된 그릇

by 김진태 posted Sep 10,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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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미주판 2002년 1월 11일자 A15 종교인 칼럼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현정부가 시행한 개각 때문에 아직도 정계가 시끄럽다. 왜 이렇게 개각때마다 시끄러운가? 근본적인 이유는 준비되지 않은 그릇을 자신의 이해관계와 인맥에 근거하여 입각시킨데 있다. 그래서 오늘은 지도자의 요건중 두 번째 요건으로 “준비된 그릇”이란 제목으로 여호수아의 예를 들어 상고하겠다. 여호수아는 모세의 뒤를 이어 이스라엘을 가나안으로 인도한 위대한 지도자이다.

여호수아는 누구보다도 잘 훈련받은 준비된 그릇이었다. 모세의 택함을 받아 출애굽부터 광야까지 40여년을 그 밑에서 지도자의 훈련을 받았던 잘 준비된 지도자이다. 요사이 말로 OJT (On Job Training: 현장실습)을 함으로 지도자의 길이 어떠한 것인지 몸으로 겪은 사람이다. 여기에 모세의 현명함이 있다. 후계자를 양육했다는 한 가지만으로도 모세는 찬사를 받을 만한 사람이다. 대통령후보로 나온 인물들 중 이렇게 지도자로 현장실습을 거친 사람이 누구인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둘째, 여호수아는 지피지기한 지도자로 체험을 통해 훈련받은 사람이다. 애굽의 노예생활의 쓰라림을 겪으며 비젼없이 사는 백성의 절망을 아는 사람이다. 광야 40년동안 120만의 이스라엘백성들이 잠깐동안의 고난을 못이기고 하나님이 주신 위대한 비젼을 거부하다가 가나안을 구경도 못하고 허무하게 멸망하는 장면을 목격함으로 인간의 실존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 아는 사람이며 이러한 백성들을 비젼을 향해 매진시키는 지도자의 길이 얼마나 험난한 길인지 아는 장본인이다.

또한 가나안땅에 정탐군으로 가서 하나님이 주신 목표인 가나안이 어떠한 곳인지 적정을 친히 파악함으로 이제 다가올 전쟁의 지휘관으로 잘 준비된 역전노장이다. 손자병법에도 지피지기이면 백전백승이라 했는데 이면에서 여호수아는 이미 승리의 지도자로 훈련을 받은 그릇인 것이다.

셋째, 여호수아는 실무능력으로 이미 이스라엘 백성들의 신임을 받은 사람이다. 갈렙과 함께 적정을 정확히 판단함으로 이제 가나안으로 진군하는 차세대 이스라엘백성들에게 이미 그 능력을 인정받았다. 정탐군중 10명의 왜곡된 정보를 믿고 지도자인 모세와 함께 자신을 돌로 쳐죽이려 하는 이스라엘백성 앞에서도 의연할 수 있었던 확신에 찬 그릇이다.

지도자가 되려 하는 사람은 많지만 정작 여호수아처럼 지도자의 길을 장기간 훈련받은 인물, 지피지기한 판단력을 갖춘 인물, 그 실무능력을 자타가 공인할 만한 인물은 눈을 씻고 찾아도 찾기가 어려운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그래서 걸핏하면 공부 제대로 하고 나서 발언하라는 핀잔을 받고 있는 후보도 있지 않은가? 미국에서 20년이상을 살면서 대통령선거때마다 후보자간의 논쟁장면을 신문과 텔레비젼에서 목격하면서 느낀 것이 있다.

후보하나 하나가 지난 100년간의 미국의 행정업무, 주요법안심의, 국제정세, 이 모든 면에 달통하여서 질문만 나오면 그 건에 대해 정확히 자신의 포부와 입장을 설득력있게 밝히는 것이다. 반면 한국의 경우 보스기질만 있지 실무능력은 하나도 없는 정객들이 고갯짓이나 하면서 허장성세를 부리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뜨인다. 왠만한 기업체 하나 경영하는데도, 장기간의 훈련과 치밀한 판단력과 실무능력이 요구된다.

대통령자리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 것을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것이 문제이다. 원대한 꿈도 없고 실무능력조차 없는 한심한 사람들이 대통령자리를 넘보는 현실을 지켜보며 이제는 한국국민들도 현실감있게 사람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할 때가 왔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