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이 익어갈 즈음이면
키 큰 나무 끝에 와 머무는 바람
비단 옷자락 스치는 소리 하늘을 쓸면
시퍼런 물 쏟아져 내려
핏빛, 황금빛 바야흐로 가을은 짙은 찻잎을 우리어 그윽한 향기로 취해간다.
귓부리까지 바알갛게 달아오른 이파리들
손흔들어 맞이 하는 골목어구
가을 속을 걸으면 영락없이 그 분 손을 잡고 가는 아이가 된다.
바람이 많은 날 이리저리 날아 내리는 낙엽 편지
발끝에 툭툭 차이도록 넉넉한 이 것은
한잎 한잎 하늘의 언어가 담기어 있으리
가장 값진 것을 낭비하는 것이 하늘의 비밀이듯이
한 모금의 가을은 삶의 언저리에 소리없이 찾아 와서는 기척도 없이 떠나려는가
차의 향기와도 같은 이 계절
가을은 오지 말 일이다
일단 온 가을은 떠나지는 더욱 말 일이다. 유명자 11.8.2015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58 | Pearl 103 | 유명자 | 2004.12.15 | 14297 |
57 | 내 마음의 종(鐘) 48 | Jintae Kim | 2011.08.31 | 11433 |
56 | 가을 동산 90 | Jintae Kim | 2011.10.29 | 10588 |
55 | 하늘 문을 열어 주소서 2 25 | Jintae Kim | 2009.01.13 | 10114 |
54 | 낙엽송 149 | 유명자 | 2006.10.22 | 9923 |
53 | 기도 18 | 유명자 | 2006.11.03 | 9204 |
52 | 상심의 봄에 1 40 | 유명자 | 2007.04.26 | 9108 |
51 | 낮은 자의 고백 44 | JintaeKim | 2012.12.10 | 8873 |
50 | 풍경 43 | Jintae Kim | 2010.03.14 | 8658 |
49 | Amber Fossil 68 | 유명자 | 2004.01.25 | 8556 |
48 | 바람개비 52 | Jintae Kim | 2011.05.01 | 8490 |
47 | 사랑때문이었습니다 19 | 유명자 | 2005.05.12 | 8420 |
46 | 2월과 3월 사이 22 | Jintae Kim | 2009.05.15 | 8416 |
45 | 산 24 | 유명자 | 2004.07.16 | 8334 |
44 | 꽃을 보면 69 | 김형오 | 2006.02.06 | 7883 |
43 | 가을 노래 47 | 유명자 | 2004.01.25 | 7486 |
42 | 금식 19 | 유명자 | 2004.01.25 | 7448 |
41 | 거룩 31 | 유명자 | 2004.01.25 | 6940 |
40 | 봄 17 | 유명자 | 2004.01.25 | 6774 |
39 | 말뚝 14 | 유명자 | 2004.01.25 | 667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