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송

by 유명자 posted Oct 22,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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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 때면
온 산 초록들이 살푸시 낯붉히기를 한다.
하늘은 시리도록 파란데
햇살은 황금가루를 마구 흩뿌리고…

바람탓인가?
고운 빛 성장한 나무 잎들이
저마다 기쁨에 떨며
춤추듯 하강을 시도한다.
더러는 성숙한 몸짓으로
조용히 바람 결에 몸을 맡기기도 하며…

한철 짧은 삶을 마감하고
철들어 돌아 온 자식처럼
대지 품에 얼굴을 묻는 낙엽, 낙엽들…

쓸모없는 몸,
더불어 뒹글수록 송구한 마음
한 뼘 땅도 못가릴 몸일 망정
비인 곳이면 땅끝에라도 가겠노라는
가난한 헌신

이제 남은 삶은
대지와 함께 누워
눈비에 몸 삭이우며
죽어야 사는 생명의 이치를
기쁘게 알아가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