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과 3월 사이

by Jintae Kim posted May 15,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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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겨울의 긴 터널
이만큼 왔으면 끝이 보이련만...
지난온 길을 돌아 본다.

힘겨운 날들
태양도 얼음결박에 묶이어
간신히 언덕을 넘고
북풍의 강철채찍
겨우나목을 후려치면
마른 가지 끝에 와 걸리는
현을 가르는 소리

내 안에서 새로이 균열하는 상처도
겉살 후려치며 달려가는 저 바람 속에
차라리 동태처럼 각질로 굳어질 수 있다면...

뜰에는 여전히 겨울과 봄이 함께 있다

3월

흑백이던 겨울 풍경에
연두색 봄옷이 입혀진다.

봄의 문턱에서 만나는
튜울립 송이
고대하던 손님을
준비없이 맞는 사람처럼
당혹함으로 꽃 앞에 선다.

한껏 피어오른 생명
오늘의 아름다움 앞에
속절없이 시드는 내일을 생각하는 버릇,
그로 해서 흘려떠내려 보낸 축복의 순간들,
제대로 누리지 못한 나의 분복,

이제는 순간의 아름다움 앞에 영원을 기억하며
머물러 서 있으리.

그대가 주는 기쁨이 하늘의 것임에
이제는 허락하시는 대로 온 마음 열어
그 대의 맑은 미소 앞에
걱정없이 마주 서 있으리.

- 유 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