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리 한담 (59) 진짜 사나이 김경문 감독

by Jintae Kim posted Aug 2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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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8년 8월 23일

한국 야구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쾌거를 이루었다. 오늘 경기를 보면서 나를 감탄시킨 세 사람이 있다. 1회 초 선제 2점 홈런을 날려 큐바의 기선을 제압한 이승엽과, 비록 9회 말에 위기를 맞기는 했지만 안타 5개만 내주며 큐바의 강타선을 잠재운 류현진과, 위기 속에서도 침착하게 경기운영을 한 김경문 감독이다. 이승엽은 이 대회 예선에서 1할대 타율로 극도의 부진을 보였으나 일본과의 준결승전과 큐바와의 결승전에서 결정적인 2점 홈런을 연이어 날려 이름값을 했다. 류현진은 21세의 어린 나이에도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투구로 큐바의 막강타선을 잠재웠다. 특히 2개의 홈런을 맞고 나서도 흔들리지 않았고 9회 말 위기에서도 절대 상대가 좋아하는 구질의 공을 던지지 않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나를 감탄하게 한 사람은 김경문 감독이다. 첫째 선수들의 잠재력을 알고 끝까지 신뢰를 보여주었다. 1할 대의 타율로 극도의 부진을 보여준 이승엽을 끝까지 믿고 준결승과 결승에서 4번 타자로 기용해서 결정타를 날리는 계기를 만들었고, 큐바 전에서 류현진이 홈런을 2개나 허용했는데도 9회 말까지 던지도록 했고 류현진은 그 신뢰에 보답했다. 일본과의 준결승 승리 후 김 감독은  “승엽이의 대포가 한번은 터질 줄 알았다”고 말했는데 이승엽은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고 그 신뢰는 결승에서 또 한번 빛을 발했다. 1회 초2사 1루의 기회에서 2점 홈런을 날림으로 2점을 선취해서 한국이 계속 경기를 주도하게 했던 것이다. 바로 이 신뢰 때문에 한국팀은 모두가 사심 없이 하나로 똘똘 뭉쳐서 실력이상의 경기를 펼쳤다.  

둘째 , 적재적소에 인재를 기용할 줄 아는 절묘한 용병술이다. 1사 만루의 절대절명의 상황에다 포수 강민호까지 퇴장 당했을 때 김 감독은 투수를 언더스로우 정대현으로 교체했다. 1사 만루의 상황에서 방어하는 입장에서 최선의 시나리오는 병살타를 유도해서 경기를 마무리 짓는 것이다. 밑에서 솟아오르는 언더스로우는  타자에게 땅볼을 유도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구질이다. 이를 감안한 김감독의 용병술은 결국 빛을 발해서 병살타를 유도하여 경기를 마무리 지은 것이다.

셋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위기에서 흔들리지 않는 의연함이다. 지도자의 태도는 선수들의 사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오늘 경기 중 위기 때마다 텔레문도는 감독들에게 카메라를 비췄다. 사실  9회 말은 절대절명의 위기였다. 1점차 박빙의 리드에다 큐바의 타순이 2,3, 4 번으로 이어지는지라 언제 한방이 터질 줄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김감독의 표정은 시종여일했다. 류현진의 구위가 떨어져서 선두타자에게 안타를 맞은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았고 심판이 외곽으로 꽉찬 스트라이크 성 볼을 계속해서 볼로 판정하는 바람에 큐바의 4번과 5번 타자를 모두 볼넷으로 내보내어 원 아웃에 주자 만루라는 절대절명의  위기를 맞고도 그 표정에 변화가 없었다. 강민호가 심판에게 거칠게 항의했을 때에도 김감독은 절대 흥분하지 않았다. 즉시 달려가 심판과 강민호 사이에 서서 심판에게 사과함으로 더 이상 상황 악화를 미연에 방지했다. 이런 일이 있을 때 선수들이 흥분하면 경기에서 예상치 않은 실수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지도자로서 가장 중요한 3 가지 요소를 잘 갖춘 지도자 아래 선수들이 의기투합할 때에 팀은 실력이상의 성적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3 가지 다 중요하지만 나는 그 중에서도 사람을 끝까지 믿어주는 덕장의 태도가 이번 금메달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 한국사회의 가장 큰 병폐는 인간관계에서 신뢰라는 단어가 사라져 가는 것이다. 섣불리 판단말고 속을 때는 속더라도 끝까지 믿고 기다려 줄 수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