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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미주판 2005년 9월 20일 자 A12면에 실린 칼럼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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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리나 참사에 늑장대응한 정부 비판의 촛점이었던 연방 재난관리청장 마이클 브라운이 9월 9일자로 카트리나 참사현장 책임자의 자리에서 물러났다. 금년 50세인 브라운은 부시 대통령의 재선에 공헌을 한 댓가로 미 정부기관 중 비상시 모든 전권을 거머쥘 수 있는 연방 재난관리청장 자리를 꿰참으로서 출세의 가도를 질주한 듯 보였다. 그러나 브라운의 추락은 예정되었던 일이다. 브라운은 준비되지 않은 그릇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막중한 자리를 위기관리경험도 없고 큰 일을 감당할 만한 경륜도 없는 무능한 사람에게 맡긴 부시 대통령의 지도자로서의 자질도 의심스럽지만, 그저 높은 자리라고 덥석 물었다가 이렇게 낭패를 당하는 브라운도 한심한 사람이다. 카트리나 참사라는 위기를 통해 그 약점이 지적되고 나니 과장된 이력서 내용까지 알알히 메스콤에 알려져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는 형편이 되었다. 손은 안으로 굽는다고 부시 대통령과 체니 부통령은 어떡하든 보호하려고 말도 안되는 칭찬을 늘어놓지만 외려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다. 아직 연방재난청장의 자리에서는 물러나지 않았지만 여론 돌아가는 것을 보아하니 시간문제인 듯 하다.

브라운의 경우를 보면서 문득 머리에 떠오른 또 하나의 인물이 있다. 바로 4년전 9.11 사태라는 막중한 위기를 통하여 위기관리능력을 세계에 드러낸 전 뉴욕시장 쥴리아니 씨다. 엄청난 참사현장을 누비며 추호의 흔들림없이 참사복구를 진두지휘하는 쥴리아니의 모습은 세계인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당시 미국 국민들은 쥴리아니의 자신감있는 모습에서 희망을 찾았다. 부시 대통령이 월드 트레이드 센터 현장을 방문했을 때, 사람들은 깨달았다. 부시 대통령은 둘러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쥴리아니의 흔들리지 않는 집중력에서 진정한 지도자상을 발견했던 것이다. 비록 아내와의 이혼문제로 인해 도덕적인 흠은 생겼지만 쥴리아니라는 이름은 공화당의 차기 대통령 후보감으로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다. 천대받던 이태리 이민자의 후예인 쥴리아니는 잘 준비된 그릇이었기 때문에 9.11이라는 막중한 위기가 오히려 진정한 지도자 감으로 도약하는 기회가 되었던 것이다. 반면에 브라운은 재난관리청장이란 과분한 보직을 꿰차는 데는 성공했으나, 준비되지 않은 그릇이었기 때문에 카트리나 참사라는 위기를 통해 자신의 치부를 온통 다 만천하에 드러내고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기회는 온다. 그러나 기억하시라. 진짜 기회는 위기로 닥쳐온다. 당신은 브라운을 지향하는가, 아니면 쥴리아니를 지향하는가? 출세하고 싶으신가? 출세를 담을 만한 그릇을 먼저 준비하시라.

후기: 마이클 브라운은 9월 12자로 재난관리청장 직임에서도 사임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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