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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1일 자 한국일보 미주판 A9 면 (뉴욕) 종교란 칼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인터넷판은 http://ny.koreatimes.com/articleview.asp?id=275867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Quote


미셸 위가 호된 프로 신고식을 치렀다. 지난 주 프로전향을 선언한 후 첫번째 시합인 삼성 월드 챔피언쉽에서 마지막 날 7번째 홀에서 반칙을 범하고도 이를 스코어 카드에 반영하지 않은 것이 드러나 실격을 당했다. 16세의 어린 나이에 프로로 데뷰하자 마자 골프 여제 아니카 소렌스탐을 능가하는 수입을 올리는 슈퍼 스타가 된 미셸 위가 체면을 구겨도 한참 구긴 것이다. 이 사건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내게 흥미로웠던 것은 한국과 미국언론의 상반된 보도자세였다.

예상한 대로 한국언론은 미셸 위를 동정하는 쪽으로 일관하고 있다. 미셸 위가 실격 당한 이유는 반칙을 범했기 때문이 아니고 반칙을 범하고도 벌점을 스코어 카드에 가산하지 않고 제출한 것인데, 한국언론은 미셸 위의 말만 듣고 미셸 위가 불과 3인치 정도 홀에 가깝게 한 것 뿐이라는데 촛점을 맞추어 마치 이 판정과 판정과정이 문제가 있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LPGA 심판들의 보고에 의하면 미셸 위가 공을 떨어뜨린 지점은 12인치 이상 초과했던 것으로 드러나 있어 미셸이 고의적으로 반칙을 범했음을 시사하고 있다. 원칙보다는 사사로운 정에 치우치는 한국적 정서를 반영하는 사건이다.


반면 미국 언론의 태도는 담담하다. 골프란 운동은 신사도를 근거로 한다. 티샷에서부터 스코어 카드 제출까지 모두 선수의 자유이다. 그만큼 선수들의 신용과 준법정신을 근거로 존재하는 것이다. 비단 골프만 그러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인정하든 않든 간에 서구사회는 신용과 준법정신이라는 가치관에 근거하고 있고 이에는 예외가 없다. 클린턴 전대통령이 탄핵소추되었던 이유도 루윈스키와의 염문 때문이 아니고 한번도 성적인 접촉을 않았다고 거짓말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직위와 인기가 높아질 수록 대중에 온전히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삶의 모든 부분에서 본이 되어야 한다. 미셸이 1만5천명의 갤러리를 몰고 다닐 정도로 인기가 높은 만큼 준법정신과 신용 면에서도 본을 보여야 하는 것이다.

나는 이것이 지능과 재능 면에서 우리와 차이가 없으면서도 서구인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이유라고 본다. 한국이 경제력에서 세계 12위라고 하나 준법정신과 신용 면에서 순위를 매긴다면 과연 몇 위가 될까? 솔직히 말하면 별로이다. 한국이 서구를 따라 잡으려면 먼저 준법정신과 신용부터 배워야 한다. 고국의 모습만 그러한 것은 아니다. 교포들이 판치는 팰리새이드 팍에서 내 눈에 뜨이는 한국인들의 모습은 결코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다. 마시던 음료수 캔과 담배꽁초를 주차장에 상습적으로 버리는 사람, 쓰레기통이 코앞에 있는데 아파트 입구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 세금보고를 제대로 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이 때문에 우리 2세 아이들은 우리를 위선자라고 부른다. 그러나 아직 늦지는 않았다. 준법정신과 신용이 우리 한국인의 미덕으로 정착하도록 작은 일부터 시작하자. 눈앞에 보이는 휴지 한 장부터 줍는 모습을 보임으로 아이들의 본이 되자. 최소한 아이들에게서 위선자라는 소리는 듣지 않는 부모가 되자. 그러할 때에 우리의 후손들이 미국사회를 선도하는 지도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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