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All4Jesus

조회 수 1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저는 울  아부지와 대화를 나눈 기억은 별로 없어요. 옛날 부자간에는 원래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러나, 아부지와의 추억은 꽤 여러 가지가 있어요. 어릴 때 새벽마다 동네 주막에 가서 해장술 받아 오기, 아부지와 함께 약숫골 선산에 가서 고조, 증조 할배들에게 참배하러 갔다가 그 옆 개울에서 함께 등목을 감았던 일, 아부지 따라 외처 거래처 갔다가 주막집에 들어 생전 처음으로 장터국수를 먹던 추억.... 오늘은 약수물과 관련해서 울 아부지와의 추억을 더듬어 보려 해요. 제가 출생해서 살던 속꾸모티를 떠나 모암동으로 이사 온 것은 국민학교 4학년 때로 기억해요. 모암동 우리 집에서 걸어서 한 30분 걸어가면 거기는 온통 논과 밭이었는데, 그 중 한 논에 작은 둠붕이 있었어요. 제가 가끔 피부병이 생기면 아버지께서 저를 거기 데리고 가셔서 홀랑 벗고 씻게 하셨어요. 처음 씻었을 때는 늦가을이라 물을 끼엊는데 오싹오싹했어요. 근데 그 물이 약수에요. 희한한 것이 거기서 한번만 씻어도 피부가 정상으로 돌아오곤 했어요. 제 생각에는 그 둠붕이 냉천이라 피부병에는 즉효약이었던 것 같아요. 우리 집 식구 가운데 이 둠붕의 신세를 지지 않은 사람이 없어요.

 

오래 전 돌아가신 울 아부지도 이 둠붕의 신세를 여러 번 지셨어요. 이 얘기를 이해하시려면 제 몸에 대해 먼저 아셔야 해요. 저는 겉보기는 멀쩡해도 어릴 때부터 고장 안 난 곳이 없을 정도로 약골이에 병골이었어요. 설상가상으로, 대학입시에서 낙방한 후 객지에서 무일푼으로 혼자 독서실을 전전하며 재수를 하며 위를 아주 망쳤어요. 근데 그게 대학을 다니면서 낫기는 커녕 고학의 어려움 가운데 악화되어 2학년 1학기 후 휴학하고 낙향했습니다. 당시 저는 위가 전혀 작동을 않아서 거의 아무 것도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았는데, 그게 통 호전되지를 않고 악화되기만 했습니다. 견디다 못해 "인생 이 따위로 고생하며 살면 뭐하노"하는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워서 스스로 삶을 끝낼 생각까지 했더랬습니다 당시에야 무신론자였으니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이지요. 어떻게 하면 덜 고생하고 삶을 끝낼까 하여 한번은 금오산 꼭대기를 폭우 속에 혼자 올라갔던 적도 있습니다. 절벽에서 뛰어내리려고 한밤중에 꼭대기까지 올라갔는데 막상 절벽앞에 서니 그거 떨어지면 꽤 아플 것 같더라구요. 그래, 다시 집에 와서 이번에는 농약을 먹으려고 생각했어요. 근데 막상 죽을 생각을 하니 내야 이렇게 가면 그만이지만 남은 부모님 특히 어머니가 어떻게 되실지 걱정이 확 밀려 오더군요. 그래, 그 순간 우짜든지 살기로 결심하고 넘어가지 않는 암죽부터 시작해서 한 숟가락씩 먹고 100번 이상 씹으면서 내 스스로에게 "넘어간다 넘어간다"라고 계속 암시를 걸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내 꼬라지를 보신 울 아부지께서 아들 살리겠다고 그 둠붕 근처 옻나무밭에서 옻나무를 쪄다가 그걸 마당에다 가마솥 걸어놓고 닭고기 조금 넣고는 펄펄 끓여서 제가 다 먹게 하셨지요. 옻닭을 먹으면 위가 튼튼해 진다는 얘기를 사람들에게 들으셨던 것이지요. 물도 제대로 목구멍에 넘어가지 않던 때였는데 그 역겨운 것을 하루에 세 사발씩 그해 여름 내내 먹었어요. 문제는 정작 먹은 저는 옻에 면역이 되어서 그러한지 괜찮았는데 울 아부지는 옻을 쪄오실 때마다 온 몸에 옻이 올라 고생하셨어요. 아들 살리시겠다고 옻나무를 쪄 오시고그걸 불 앞에서 고으셨으니 옻이 오르지 않을 수가 없었지요그때마다 아부지께선 그 둠붕에 가셔서 씻고 오심 곧 나으셨어요. 오늘 약숫터 얘기를 나누다가 아부지 생각이 간절해서 이렇게 글로 남겼어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57 나의 이야기 (146) 지금까지 지내 온것 JintaeKim 2024.04.12 0
156 나의 이야기 (145) 감꽃 이야기 JintaeKim 2024.04.11 2
155 나의 이야기 (143) 사과나무 우리 집을 강타하다 JintaeKim 2024.02.14 15
» 나의 이야기 (142) 아버지 우리 아버지 JintaeKim 2024.02.03 14
153 나의 이야기 (141) 술이 술을 먹고 JintaeKim 2023.12.28 16
152 나의 이야기 (140) 곱게 늙어갑시다 JintaeKim 2023.09.26 150
151 나의 이야기 (139) 포기하지 말라 JintaeKim 2023.07.24 96
150 나의 이야기 (138) 넘어질 까 조심하라 JintaeKim 2023.07.04 92
149 나의 이야기 (137) 자라 이야기 file JintaeKim 2023.06.24 93
148 나의 이야기 (136) 오랑캐꽃 file JintaeKim 2023.06.16 96
147 나의 이야기 (135) 악몽 JintaeKim 2023.05.03 66
146 나의 이야기 (52) Toilet Paper Please JintaeKim 2022.10.25 80
145 나의 이야기 (51) Oak Tree 유감 file JintaeKim 2022.10.25 71
144 나의 이야기 (50) 담맘 출장 이야기 -1986 JintaeKim 2022.10.03 131
143 나의 이야기 (49) 개똥수박과 개똥참외 JintaeKim 2022.10.03 94
142 나의 이야기 (48) Welcome to Guam!-2014 Guam file JintaeKim 2021.06.15 236
141 나의 이야기 (47) 망고 이야기 하나 -2014 Guam file JintaeKim 2021.06.15 230
140 나의 이야기 (46) 나를 뭘로 보고- 2014년 서울 file JintaeKim 2021.06.15 173
139 나의 이야기 (26) 고정관념을 깨뜨리다- 1978년 삼성물산 사원시절 file JintaeKim 2021.05.29 195
138 나의 이야기 (22) 신데렐라 이야기 - 1967년 김천고등학교 2학년 file JintaeKim 2021.05.28 256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Next
/ 8

(c) 2013 All4Jesus.net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