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1009
열흘 남짓 후면 우리는 한국으로 긴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이곳에서의 일상도 잠시 멈추게 될 터라, 평소 즐겨 걷던 동네 숲길을 산책할 기회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어떻게든 시간을 내어 자주 숲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아내를 설득해 함께 숲에 나왔습니다. 나란히 걸으며 가을의 향기를 들이마시고,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을 바라보며 계절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함께 걷는 이 시간이, 어쩌면 그 어떤 여행보다도 소중한 선물처럼 느껴집니다.
엊그제만 해도 길 위를 덮고 있던 낙엽들은 눈부시게 선명한 노란빛을 띠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불과 며칠 사이에 잎들은 바짝 말라가고, 그 찬란했던 색깔도 조금씩 바래기 시작했습니다. 계절은 아무 소리 없이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가을은 깊어 가는 것이겠지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인생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젊음의 화려한 색채는 서서히 옅어지고, 힘과 열정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자리를 삶의 깊이와 성숙함이 대신 채워 갑니다. 낙엽이 떨어지는 것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계절을 준비하는 과정이듯, 인생의 가을 또한 쇠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시는 지혜와 은혜가 더욱 깊어지는 계절일 것입니다.
시편 기자는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로운 마음을 얻게 하소서”(시 90:12)라고 기도했습니다. 인생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우리는 비로소 하루의 소중함을 알고, 곁에 있는 사람들의 귀함을 알게 됩니다. 오늘 아내와 함께 걷는 숲길도, 발아래 바스락거리는 낙엽도, 깊어 가는 가을의 향기도 모두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의 선물입니다.
가을은 길 위에 깔리며 시작되고, 인생의 지혜는 흘러가는 시간을 바라보며 자라납니다. 오늘도 주님께서 허락하신 이 계절을 감사함으로 걸어가며, 남은 날들을 더욱 지혜롭고 아름답게 살아가기를 소망합니다.
기도
주님, 깊어 가는 가을 속에서 인생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지나가는 시간들을 아쉬워하기보다 주님께서 주신 하루하루를 감사함으로 살아가게 하시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평범한 순간들의 소중함을 잊지 않게 하소서. 우리의 인생이 늦가을에 이르더라도 주님의 은혜 안에서 더욱 깊어지고 아름다워지게 하시며, 지혜로운 마음으로 남은 길을 걸어가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