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620
오늘 아침은 잔잔하고 고요한 평안 속에서 시작되었다. 공기는 상쾌했고, 날씨도 좋아서 잠시 밖으로 나갔더니 현관 앞에 작은 상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열어 보니 테네시에 사는 아들 재준이가 아버지날 선물로 보낸 정형외과용 샌들이 들어 있었다.
며칠 전, 아들이 아버지날 선물로 뭐가 갖고 싶냐고 계속 물었지만 나는 끝내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아들네 재정 형편을 뻔히 알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아들은 아마존에서 고른 두 가지 샌들을 카톡으로 보내며 그중 하나를 고르라고 했다. 마지못해 하나를 선택했지만,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예전에 비슷한 샌들을 온라인으로 샀다가 바닥이 너무 딱딱해서 거의 신지 못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샌들은—아마도 가격이 좀 나가서 그런지—전혀 달랐다. 신자마자 부드러운 쿠션감이 느껴졌고, 발을 편안하게 감싸 주었다. 올여름 내내, 숲길을 걸을 때도 이 샌들이면 충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 마음을 가장 기쁘게 하는 것은 샌들의 착용감이 아니라, 그것이 아들로부터 왔다는 사실이다. 아들의 형편은 넉넉하지 않다. 영화 연출을 전공했고, 재능도 예능 분야에 집중되어 있어서 전공을 살리지 않으면 보수가 좋은 직장을 얻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며느리도 연기를 전공했기에 두 사람이 함께 일해야 겨우 생활이 유지된다. 게다가 이제는 아기까지 있어 살림이 더 빠듯하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늘 마음이 따뜻하고 배려심이 깊다. 성탄절이나 추수감사절이 되면 조카들에게 형편 이상으로 좋은 선물을 챙겨 준다. 자신들의 수입도 넉넉지 않고 책임도 많아졌는데, 그 와중에도 아버지날을 잊지 않고 선물을 보내 주었으니, 내 마음이 어찌 감동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