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226
지난 주말에는 눈보라 때문에 숲길 산책을 가지 못했지만, 오늘 드디어 다시 숲에 발을 들였다.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남겨 놓은 발자국을 따라가다 보니,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눈 속으로 푹푹 빠지는 느낌이 나름의 매력이 있었지만 꽤 힘들기도 했다. 숲에 들어섰을 때가 이미 오후 5시라 서둘러야 했지만, 눈이 너무 깊어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천천히 걸을 수밖에 없었다.
한참 걷다가 좁은 길에서 다른 등산객과 마주쳤다. 내가 비켜야 하나 고민하는 순간, 그분이 먼저 깊은 눈 속으로 비켜 서서 길을 내주었다. 숲 전체에 눈이 높이 쌓여 있었기 때문에, 누군가가 이미 밟아 단단해진 길만 걷는 것이 훨씬 수월했지만 그 길은 매우 좁았다. 그래서 다른 선택의 여지 없이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발자국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고, 마음대로 길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어쩌면 인간의 마음도 이와 비슷한 것인지 모르겠다. 늘 새로운 길을 찾고 싶어 하면서도, 막상 눈앞에 놓인 길은 누군가가 먼저 걸어간 흔적을 따라가게 되니까요. 이맘때쯤이면 숲에서 사람을 만나는 일이 드문데, 오늘은 유난히 많은 사람을 마주쳤다. 아마도 겨울 산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렇게 눈으로 뒤덮인 숲이 주는 순백의 풍경이 마음을 맑게 씻어 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게 몸살을 앓고 있으면서도 숲을 찾은 이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