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117
아침부터 책 집필에 몰두하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창밖을 바라보니 눈송이가 몇 개 흩날리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함박눈으로 변해 있었다. 경치는 참 아름다웠지만, 이걸 치우려면 꽤 고생하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래도 하늘이 주시는 걸 어찌하겠는가.
어제부터 감기 기운이 있어 나갈까 말까 망설였지만, 오후가 되자 눈이 그친 듯해 눈삽을 들고 나가 현관과 드라이브웨이에 소복이 쌓인 눈을 모두 치웠다. 다 치우고 나니 상쾌함이 온몸을 감쌌다.
기왕 밖에 나온 김에 눈 덮인 숲을 걷고 싶어 워커를 끌고 숲으로 향했다. 온 동네가 흰 눈으로 단장해 마치 겨울 왕국을 걷는 듯했다. 경험상 겨울 산행이 가장 좋다는 걸 알기에 나섰는데, 숲은 역시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동네 숲에 들어서니 누군가 먼저 지나간 듯 발자국이 드문드문 찍혀 있었다. 눈덮인 숲길을 걷는 기분은 그야말로 눈이 호강하는 순간이었다. 잎을 모두 떨군 나뭇가지마다 하얀 눈꽃이 피어 있는 모습은 예전에 보았던 The Lion, the Witch, and the Wardrobe 영화 속 마녀의 성을 떠올리게 했다.
발을 내디딜 때마다 눈이 뽀드득뽀드득 소리를 내며 재미를 더했다. 공기는 얼마나 맑은지, 숨을 들이쉴 때마다 그 상쾌함이 코끝을 시원하게 자극했다. 한참을 걷다 보니 그동안 모습을 감추고 있던 어린 사슴 두 마리가 먹이를 찾느라 분주하게 숲을 오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태평하게 노닐던 두 마리는 내가 사진을 찍으려고 다가가자 화들짝 놀라 쓰러진 나무등걸 사이로 숨어버렸다.
아, 오랜만에 눈 덮인 숲의 정취를 마음껏 맛보았다. 이 맛에 내가 이 동네를 떠나지 못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