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714
우리 집 뒤편에는 제가 가꿔 온 작은 텃밭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상추, 풋배추, 토마토, 호박, 오이 등을 심곤 했습니다. 그런데 작년부터는 농사를 포기하고, 그냥 두어도 저절로 올라오는 삼육국화 나물만 수시로 잎을 따다가 삶아 냉동해 두었다가 비빔밥을 만들 때 사용하고 있습니다.
농사를 포기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텃밭을 지키는 일이 동물들과의 끝없는 싸움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매일 물을 주고 영양분을 주며 정성껏 키워 놓으면, 어느 날 갑자기 사슴, 오소리, 스컹크들이 우리 텃밭을 찾아와 마치 자기들 간식거리인 양 싹 먹어치우곤 했습니다. 파릇파릇 올라온 잎을 보며 “내일 따서 쌈 싸 먹어야지” 하고 기대에 부풀어 잠들었다가, 아침에 일어나 보면 탐스럽던 채소들이 어느새 무참하게 잘려나간 잔해로 변해 있는 모습을 보고 얼마나 속상했던지요.
사슴이 상추를 아주 태연하게 뜯어먹는 현장을 직접 목격한 적도 여러 번 있습니다. 그 자리에서 현행범을 향해 달려가 숲속까지 쫓아갔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텃밭에 채소가 있으면 이 아이들은 염치도 없고 겁도 없습니다. 그냥 자기들 먹고 싶은 만큼 먹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