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613
지난 열흘 동안 이어졌던 찜통더위가 어젯밤 소나기 이후로 마침내 선선한 날씨로 돌아왔다. 작년에 지하 서고를 개조해 둔 덕을 이제야 제대로 보고 있다. 학위논문을 쓰던 시절 사용했던 온갖 자료들과 빽빽하게 들어차 있던 책들을 모두 정리하고, 오래된 카펫을 걷어내고 마루바닥으로 새로 깔았더니, 공간이 건조하고 시원해져서 요즘은 지하실을 거의 내 사무실처럼 사용하고 있다. 창문 세 개를 열어 두니 공기도 놀랄 만큼 맑다. 그래서 그동안은 두더지처럼 지하에 틀어박혀 지냈는데, 오늘은 뒷마당의 거대한 참나무가 드리운 그늘을 즐기고 있다.
사실 25년 전 이 집을 사서 이사 온 이후, 내가 가장 좋아했던 것도 바로 이렇게 여름날 뒷마당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는 일이었다. 지금 먹고 있는 비빔밥 속 채소 가운데에는 몇 해 전 뒷마당의 작은 텃밭에 심어 두었던 삼육국화 나물이 들어 있다. 누군가 이것을 신선초라고 하며 몇 뿌리 주길래 심어 보았더니, 1년도 안 되어 텃밭 전체를 뒤덮어 버렸다. 한 번은 이것을 생으로 수확해 샐러드로 먹어 보았는데, 맛과 향이 너무 강해서 속이 불편해졌다. 혹시 독초인가 싶어 몽땅 뿌리째 뽑아 버렸는데, 이 식물이 얼마나 끈질긴지 여기저기서 다시 돋아나더니 이제는 텃밭을 거의 다 차지하게 되었다.
요즘은 이것을 수시로 수확해 깨끗이 씻고 살짝 데친 뒤 냉동해 두었다가, 일주일에 한 번씩 비빔밥을 만들 때 사용한다. 생으로 먹으면 향이 지나치게 강해 거북하지만, 데쳐서 나물로 만들어 먹으면 맛도 좋고 영양도 좋아서 나는 하루 한 끼를 이 비빔밥으로 해결한다. 가을에 마이다케 버섯이 나오면 그것도 데쳐서 냉동해 두었다가 비빔밥 재료로 함께 넣어 먹는데, 그야말로 세상에 둘도 없는 보약이다.
이렇게 철마다 일용할 양식을 공급해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오늘도 깊이 음미하며 감사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