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906
우리 집에서 가을이 왔음을 가장 확실하게 알려주는 전령은 바로 아래 사진에 보이는 도토리들이다. 8월 한 달은 아들네와 딸네 집에 머무르느라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흘러가 버렸는데, 집에 돌아와 보니 뒷마당 잔디 위에는 이미 가을을 알리는 도토리들이 즐비하게 떨어져 있었다. 내게 가을은 매일 아침 도토리를 주워 버리는 일로 시작된다. 이걸 그냥 두면 잔디밭이 어느새 도토리나무밭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우리 집에 거대한 몸통의 절반을 드리우고 있는 그 큰 참나무는 우리가 이사 온 2003년 이후 지금까지, 이맘때가 되면 한 해도 빠짐없이 신실하게 도토리를 풍성하게 생산해 우리 잔디밭을 뒤덮곤 했다. 솔직히 매일 그것을 주워서 치우는 일은 꽤 성가시고 힘든 일이지만, 나는 이 일을 하나님이 허락하신 운동이라고 생각하며 계속한다. 나이 들어서도 할 일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고, 불평할 생각은 없다.
그래도 가끔은, 옆집 주인 드미트리의 잔디밭에 도토리를 한 번 확 뿌려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