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214
지난 여러 날 동안 글을 쓰고 녹화하여 올리느라 온 힘을 쏟아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밤마다 깊은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영혼과 육신을 다 동원하여 영상을 만들면서 아드레날린이 과도하게 분출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오늘 아침은 평소보다 늦게 일어났습니다. 거실로 내려와 아침을 준비하며 창밖을 바라보니, 온 세상이 흰 옷을 입은 듯했습니다. 현관문을 열자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눈 치우는 일이 점점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현관 계단에 쌓인 눈은 대략 반 피트나 되어 보였습니다. 어떻게 할까 망설이다가, 간단히 아침을 먹고 눈삽을 들고 현관에서부터 드라이브웨이까지 치우기 시작했습니다. 땀이 흘렀지만, 힘이 주어졌습니다.
여기서 은혜를 발견합니다. 지난 6월 응급실에 실려 간 이후로는 기력이 쇠하여 다시는 눈을 치울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오늘은 무사히 치우고도 몸이 거뜬합니다. 그러므로 감사할 따름입니다. 바깥의 흰 눈은 단순한 눈이 아니라, 나를 새롭게 하시는 주님의 자비를 상기시킵니다. “너희 죄가 주홍 같을지라도 눈과 같이 희어질 것이요” (이사야 1:18). 온 땅을 흰 옷으로 덮으시는 주님께서 나의 연약함도 덮으시고 힘을 더해 주십니다. 작은 수고 속에서도 그분의 붙드심이 드러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