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철책선 넘어 있는 GP에 근무할 때 일입니다. 아마 1973년이나 4년일 거에요. GP에는 일개 소대가 주둔하며 북측 GP동향과 북의 동향을 살폈는데, 제가 있던 곳은 대부분 한국의 산 이름으로 불렸어요. 아마 그게 남산 GP였을 거에요. GP는 산 봉우리 꼭대기에 있고, 거기에 지하 벙커를 파고 주둔했어요. 꼭대기에는 소대원이 함께 앉을 만한 가건물이 있어서, 취침전에는 다들 거기서 장기도 두고, 바둑도 두고, 총기소제도 하고, 함께 노래자랑도 하곤 했어요. 그러던 어느날이었어요. 저는 거기서 장기판을 벌이고 있는데 머리 위에서 제비가 "찍"하더니 조용한 거에요. 그래, 희미한 등불에 의지하여 바라보니 천장에 있는 제비 집앞에 어마어마하게 큰 먹구렁이가 대가리를 바짝 들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어찌나 큰지 가건물 천장의 끝에서 끝까지 몸통이 뻗어 있어요. 그게 내 눈에는 몸보신용으로 보이더군요. 옛날 제가 몸이 완전히 망가져서 죽을 뻔 할 때에 고향어른들이 뱀을 큰 궤짝으로 두 궤짝을 가지고 오셔서 뱀탕을 먹고 회복된 적이 있었거든요. 그래, 그놈을 잡겠다고 삽으로 대가리를 눌르는데 아 어찌나 힘이 좋던지 그냥 스르륵하더니 사라졌어요. "아, 내 뱀탕"하며 언제 또 나타나면 총으로라도 잡아서 먹으려고 벼루고 벼루었는데, 아 다시는 나타나지 않더군요.
